Page 27 - 2023_ON_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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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인생  에서 자기 능력을 알아봐 준 스승, 베르나르도                                           하고 그녀에게 앨범을 녹음하자고 제안한다. 스
 빌라로보스를 만난다. 베르나르도는 루비를 음
                                                                             튜디오 렌털, 녹음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에 봉
                                                                             착하자 댄은 도시의 주변 소리를 배경으로 사용
 악 명문 대학에 입학시키려고 하지만 루비는 가
 족을 떠나야 한다는 내적 갈등과 직면한다. 결                                                   해 앨범을 녹음하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                       ON  2023  Autumn
 국 가족을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학교 공                                                   시한다. 그레타는 자신을 배신한 남자친구가 일
 연에서 노래 부르는 루비. 카메라는 그런 그녀                                                   하는 음악계에 대한 불신으로 주저했지만 결국
 를 비추면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는 청각 장                                                   댄과 함께 여정을 시작한다. 두 사람이 이어폰
 애 부모를 표현하기 위해 과감히 묵음으로 연출                                                   을 두 개 꽂을 수 있는 스플리터를 이용해 음악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잠시나마 그들의 세상                                                   취향을 공유하며 타임스퀘어, 소호 등 뉴욕 시
 을 들여다보게 된다. 비록 딸의 노래를 듣지는                                                   내를 누비며 서로를 이해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못하지만, 감동으로 눈물을 훔치는 주변 사람들                                                   백미. 이 장면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이름을

 의 반응을 보고 아버지는 큰 결심을 한다. 그동                                                  알린 존 카니 감독이 혼자 카메라를 들고 촬영
 안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루비를 대신해 나머지                                                   한 것이라고 한다. 그밖에 뉴욕의 뒷골목, 지하
 가족들이 힘을 합쳐 그녀를 대학 시험장으로 데                                                   철, 유니온스퀘어 공원, 엠파이어 스테이트가
 려간 것. 오디션을 보며 루비는 가족을 위해 수  영화 <비긴 어게인>은 <원스>로 우리에게 잘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보이는 건물 옥상, 노란 은행잎으로 장식된 거

 보면서 듣자, 음악 영화      화로 노래를 부르고, 결국 대학 입학에 성공한  알려진 존 카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다.   연애편지  리 등 영화 속 배경이 되는 뉴욕 시내 다양한 장
                                                                             소가 이 도시의 가을을 만끽하게 한다. 무엇보
                                                         <비긴 어게인>
 다. 영화는 루비와 사회적 약자인 그녀의 가족,
               이야기는 영국 출신 작곡가 그레타(키이라 나
 부모와 오빠와의 관계를 아름답게 그린다. <코  이틀리)와 뉴욕의 음악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                        다 영화는 ‘두 번째 기회’라는 주제에 주목한다.
 다>는 청각 장애인 문화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  로)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레타는 남자친구                         삶에 지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잊고
 우수수 낙엽이 지는 가을은 변화를 의미한다. 영화 속에서도 가을은
 기 위해 실제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 장애인 배  데이브(애덤 리바인)와 이별한 후 작은 바를 찾                       있었던 주인공들이 노래를 통해 다시 일어서는
 삶과 연결돼 주인공의 성장이나 깨달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배경이
 우들을 캐스팅했다. 영화는 2021년 선댄스 영  고, 댄은 회사에서 해고당한 뒤 절망적인 상태                       과정을 그렸기 때문이다. 화려하지만 외로운 도
 된다. 여기에 음악까지 더해지면 가을의 쓸쓸한 감성이 깊어져 보는
 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관객상 등 여러 상을   로 찾은 바에서 그레타를 처음 만난다. 우연한                        시에서 혼자이기보다 둘, 셋이 힘을 더해 상처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장치가 된다. 미장센 속 아름다운 멜로디가
 받았으며 아버지 역을 연기한 트로이 코처는   기회로 자신의 노래를 부르게 된 그레타. 댄은                         를 치유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인상적인 영화 네 편을 추렸다. 가을 품은 영화를 보며 다가올 계절을
 2022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배우   그런 그레타의 모습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                        남기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만끽해보자.
 윤여정이 시상하고, 수어로 소개해 화제가 됐었
 글 유미지  사진 네이버 영화
 다. 영화는 장애가 있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
 만은 완벽한 가족, 반대로 장애가 없지만 소통

 이 단절되어 파괴된 가정의 이야기를 대비시켜
    무엇이 진정한 가족인지를 묻는다. 보는 내내
 ‘코다’는 ‘청각 장애가 있는 성인의 아이(Child   가족의 의미를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것은 물론
 of Deaf Adults)’라는 뜻을 지녔다. 영화 <코다>   되새기는 영화   이다.
 는 실제 코다 가정에서 자란 프랑스의 작가 베  <코다>

 로니크 풀랭의 소설 《로다 다이어리》가 원작으
 로, 영화 <라라랜드>의 음악감독 마리우스 드
 브리스가 참여해 주목받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청각 장애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고등학교 3학
 년 루비(에밀리아 존스)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루비는 아버지, 오빠와 함께 고기 잡는 일을 하
 고, 수화를 사용해 의사소통한다. 루비는 노래
 에 대한 열정이 있지만 가족의 의사소통을 책임

 져야 하기에 졸업 후 대학 진학은 꿈꾸지 못한
 다. 그러던 그녀는 짝사랑하는 마일스에게 좀
 더 가까이 가기 위해 합창단에 들어가고,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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