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2023_ON_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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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인생  시간 여행을 하는 힘이 있는 악보 ‘시크릿’을 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어느 날 자신에게 시  소중한 사람의 가치
 주해 미래로 왔고, 처음 만난 샹룬에게 첫눈에
 반했기에 비밀로 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세연(염
 영화는 첫사랑의 풋풋함과 성장에 대한 복잡한   정아)이 남편 진봉(류승룡)에게 마지막 생일선     <인생은 아름다워>                                                        ON  2023  Autumn
 감정을 탐구한다. 피아노는 둘을 이어주는 매  물로 첫사랑을 찾아 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면
 개체로써 그들이 서로 다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서 시작된다. 마지못해 함께 전국 곳곳을 누비
 감정을 공유하도록 돕는다. 음악과 판타지 요소  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 그들은 노
 를 독특하게 결합한 이 영화는 대만의 국민가수  란 은행잎이 거리를 뒤덮었을 때 만나 연애하던

 이자 배우인 저우제룬(주걸륜)이 감독하고 주연  시절로 돌아가 과거를 추억하며 찬란했던 지난
 도 맡았다. 그는 네 살 때부터 음악 예술학교에  날을 마주한다. 항상 곁에 있었지만 소중한지
 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이 재능을 십  몰랐던 존재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영

 분 활용해 영화 속 주제가인 ‘시크릿’을 작곡했  화는 첫사랑의 설렘과 아픔, 학창 시절 친구와
 다. 피아노가 주를 이루는 영화답게 둘이 연주  의 우정부터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사는 모습까
 하는 연탄곡, 바로크, 고전, 낭만 등 클래식 음  지 별다른 것 없는 우리네 인생을 다뤄 많은 공                     영화 속 이야기가 마치 내 이야기같이 들리는 <
 악의 시대별 특징을 한 곡에 녹여낸 여러 곡이   감을 끌어낸다. 또한 영화 <써니> <스윙키즈>                      인생은 아름다워>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운드트랙으로 쓰였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  등을 비롯해 드라마 <비밀의 숲> <시그널> 등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사는 인생이 잘 사는 것

 율과 함께 펼쳐지는 대만 단수이의 아름다운 풍  다수의 히트 영화와 드라마의 음악을 책임져 온                        이라는 교훈을 남긴다. 이별을 슬프게만 바라볼
 경도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다. 실제 저우제룬이   김준석 음악감독이 가요를 엄선해 ‘국내 최초    글을 쓴 유미지 작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잔치로 마무리할 수 있다
 다닌 중학교, 학창 시절 여자친구와 데이트하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    글로벌 패션 라이선스         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 또한 제시한다. 지
                                                         매거진 <코스모폴리탄>을
 장소를 영화에 소개해 단수이 일대를 관광명소  보인다.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조조할인’,   비롯한 다수 매체에서 피처    금이라도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에게 고마운 마
 로 만들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철, 촬영   이적의 ‘다행이다’, 토이의 ‘뜨거운 안녕’ 등의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음을 전하는 것은 어떨까. 말하지 않으면, 표현
                                                         여행, 컬처, 헬스를 두루
 장소에 방문해 영화의 감성을 느껴보면 좋을 듯  노래가 조연처럼 적재적소에 사용되어 보고 듣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으
                                                         다루는 프리랜스 에디터로
 하다.           는 재미를 더하는 것이다.                            활동 중이다.             니 말이다.









 둘만의 약속  가사로 의미를 전하는 노래가 아닌 피아노 선율
 <말할 수 없는 비밀>  로 마음을 울리는 영화도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그 주인공이다. 이 영화는 로맨스와 시
 간 이동이라는 판타지에 음악이 어우러진 2007
 년도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얻어

 2015년에 재개봉하기도 했다. 영화는 음악적
 재능은 있지만 자신감이 부족한 고등학생 예샹
 룬(저우제룬)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예술학교로

 전학을 온 첫날,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 소리
 를 따라간 옛 음악실에서 그는 조용하고 신비로
 운 소녀 루샤오위(구이룬메이)를 만난다. 첫 만
 남 이후 함께 피아노를 치고 음악을 들으며 서
 로의 추억을 만든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싹

 튼다. 그러나 샹룬은 매일 그녀를 만날 수 없었
 고, 어쩌다 마주치는 샤오위에게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녀는 대답을 피한다. 사실 샤오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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