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2023_ON_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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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우 교수 응급 시술을 해야 하는 뇌출혈, 뇌경색 환자는
       행복한 의사  교수님의 전문 진료 분야를 들려주세요.                               수술해야 했는데요. 소아 수술을 할 때는 아이가 수술장 입구                                           치료 초기에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의식 저하가 뚜
                                                                   에서 어머니와 함께 있다가 약으로 재운 후 수술방으로 이동
                                                                                                                                               렷하고 마비도 심해 ‘과연 이 환자가 치료 후에 잘 회복하여
                                                                   합니다. 두 번의 수술 모두 잘 됐고 아이 상태도 좋았습니다.
               김경민 교수 저는 신경외과에서 뇌종양을 전문으로 합니다.
               두개저(머리뼈 바닥)에 있는 뇌종양의 수술과 악성 경과를 보                   그런데 두 번째 수술 후 부모님과 면담하는데 어머님이 저를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보
               이는 뇌종양의 분자유전학 분석을 통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                     보자마자 엉엉 우시는 것입니다. 수술 잘 됐는데 왜 우시냐고                                           통 치료의 의사결정은 환자의 보호자와 상의하는데, 환자 예
               에 관심 있습니다. 또한 중증 외상 환자의 수술 및 중환자 치                  위로해 드리는데 어머님 말씀이 제 머리를 세게 쳤습니다. 첫                                           후의 불확실한 면들에 대해 매우 걱정하십니다. 그럴 때 제가
               료와 예후 향상을 위한 연구에도 관심 두고 있습니다.                       수술 때는 제가 “어머니, 잘하고 올게요”라고 말하고 수술방                                           어느 방향으로 설명하고 치료에서 기대하는 바를 어떻게 제
               배진우 교수 저는 뇌동맥류, 뇌혈관 기형, 모야모야병, 뇌졸                   으로 아이를 데리고 갔는데 두 번째 수술 때는 아무 말도 하                                           시하느냐에 따라 치료에 대한 보호자의 적극성이 결정되기도

               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합니다. 개두술을 통                    지 않고 그냥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무척 졸였                                           합니다. 환자 예후에 대한 불확실한 요소들을 감수하고 치료
               한 미세혈관 수술과 더불어 혈관중재술로 치료하고 있습니                      다고 말씀하시는데 그 순간 눈물이 핑 돌면서 몹시 죄송했습                                            를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렇게 치료받은 이들이 3개
               다. 두부외상도 담당합니다.                                     니다. 최대한 환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친절히 대하려고                                             월, 6개월 후 외래 진료 때 걸어 들어와 환하게 웃으면서 감

                                                                   전공의 시절부터 노력해왔지만, 아마 저도 일에 치이고 바쁠                                            사하다고 말할 때, 직장에 복귀하고자 할 때, 삶을 더 열심히
                                                                   때는 미처 말 한마디를 해드리지 못하는 때도 있었을 겁니다.                                           살고자 하는 의욕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낍니다.
               깊은 울림을 남긴 그날의 이야기                                   하지만 ‘잘하고 올게요’라는 제 말 한마디가 보호자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제 말 한마디의 무게감을 실감했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습니다. 그 이후로는 수술 전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의 합병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추기 위한 노력

                                                                   증, 위험도 등을 차근차근 모두 설명한 뒤 반드시 ‘최선을 다
               김경민 교수 전공의 시절에 겪은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하겠다, 잘해보겠다’고 말씀드립니다. 제 방어가 아니라 이                                            환자를 대하는 교수님의 진료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소아신경외과에서 근무할 때, 6세 정도 되는 아이가 뇌종양                    한마디가 수술을 맡긴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큰 종양이 두 개여서 두 번에 걸쳐                   편안하게 하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김경민 교수 ‘실력과 인성을 함께 갖춘 의사가 되자’입니다.
                                                                   배진우 교수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남성이 갑자기 발생한 위약                                           실력이 조금 부족해도 친절하고 설명을 잘하면 좋은 의사라
                                                                   감으로 뇌혈관 협착에 의한 진행성 뇌경색을 진단받았습니                                              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생각이
                                                                   다. 환자의 뇌경색 진행을 막는 데 필요했던 시술이 무척 위                                           바뀌었습니다. 좋은 인성은 기본이고, 실력을 키우기 위해 끊
                                                                   험할 수 있어, 제게도 부담이 컸습니다. 하지만 시술이 성공                                           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한 지식과                    다시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습니다. 부디 좌절하지 말고 긍

                                                                   적으로 끝났고 다행히 신경학적 장애도 가벼워 적극적인 재                                             실력을 토대로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정적으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활을 통하여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했습니다. 이때 제가 환자                                            배진우 교수 치료 여부를 결정할 때, 환자와 보호자가 알기
                                                                   한 명만 살린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행복한 삶을 지켜냈다                                           쉽도록 설명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결정할 수 있도록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는 생각에 무척 뿌듯했습니다.                                                            하려고 노력합니다.
                                                                                                                                                                                                   김경민 교수 인하대병원에 온 뒤 뇌종양 수술 환자들의 조직
                                                                   신경외과 의사로서 보람 있는 순간이나 힘든 순간은 언제인                                             인하대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표본(Sample)을 인체유래물은행에 저장하는 작업을 시작했
                                                                   가요?                                                                         가 있나요?                                              습니다. 악성 뇌 교종인 교모세포종 조직이 조금 더 모이면
                                                                                                                                                                                                   기초 연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김경민 교수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술이 뜻대로 잘 돼서 환자                                            김경민 교수 인하대병원은 인천을 대표하는 병원으로서 환자                     배진우 교수 인하대병원은 인천권역 심뇌혈관센터로서 인천
                                                                   의 상태가 좋아지고, 그래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                                           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뇌종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급성기 뇌혈관 질환을 치
                                                                   장 보람이 있습니다. 힘든 순간이라면 저의 부족함과 실수로                                            양은 듣기에는 무섭고 두렵지만, 양성 질환도 있고 수술로 완                   료하고 있습니다. 치료 수준을 더욱 높여 전국에서 최고 수준

                                                                   생각만큼 좋은 수술 결과를 얻지 못할 때입니다. ‘나에게 수                                           치되는 종양도 있습니다. 하지만 질환이 다양한 것도 사실이                    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술받지 않았다면, 좀 더 실력 있고 경험 있는 의사에게 수술                                           기에 꼭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진료받아야 합니다. 뇌종양
                                                                   받았다면 좀 더 오래 살았을까, 좀 더 나은 삶을 유지할 수 있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하대병원의
                                                                   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무척 힘듭니다. 또한 악성 경과                                         일원으로서 꾸준히 공부하고 연구하겠습니다.
                                                                   를 보이는 교모세포종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병의 진행 과정                                             배진우 교수 대개 뇌혈관 질환은 갑자기 찾아옵니다. 갑자기

                                                                   을 옆에서 함께 지켜볼 때, 이 병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연                                          발생한 장애 때문에, 그리고 기나긴 회복 기간이 힘들어 좌절
                                                                   구해보겠다고 다짐하지만, 질병 앞에서 무력한 치료자의 모                                             에 빠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하대병원에서 최선의
                                                                                                                                                                                                                             행복한 의사
                                                                   습이 힘들기도 합니다.                                                                치료를 받은 뒤 회복에 전념하며 기나긴 터널을 견디신다면                                            인터뷰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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