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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2023  Summer
               빅토리아 여왕,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일기                             이순신, 역사가 일기에 담겼다


               영국 역사상 가장 긴 64년 동안 재위한 빅토리아 여왕은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영화 <명량>으로 더욱 알려졌다.

               1832년부터 서거 열흘 전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난중일기』에는 임진년 1592년 1월 1일부터 무술년 1598
               썼다. 여왕이 쓴 일기는 총 141권으로 4만 3천 쪽에 달한                   년 11월 16일까지 7년간의 일상이 기록되어 있는데, 『난중
               다. 여기에는 대관식부터 결혼, 60주년 기념식 등 다양한                     일기』를 읽다 보면 역사적 기록뿐만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역사적 사건이 빠짐없이 적혀 있다. 여왕은 남편 앨버트 공                     성격까지 알게 된다. 글은 단호했던 그의 성격처럼 간단한

               을 처음 본 후 ‘인상이 아름답다’고 적었고, 1838년 대관식                  메모 형식으로 군더더기가 없다. 수백 명에 이르는 부하들
               을 치른 뒤에는 ‘이런 나라의 여왕이라는 사실이 말할 수 없                    의 이름이 하나하나 적혀 있는 것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성실
               이 자랑스럽다’고 썼다. 영국 왕실에서는 지난 2012년 빅                    함과 꼼꼼함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난중일기』에는 전쟁
               토리아 여왕의 일기를 디지털화하고 온라인으로 공개해 누                       상황이나 군수물자에 관한 내용, 만난 사람, 함께 화살을 쏜

               구나 읽을 수 있게 했다. 영국의 살아있는 역사를 세계 모든                    사람, 하루 마신 술의 양까지 정확하게 적혀 있다. 우리는 개
               이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인의 일기를 통해 역사와 마주하는 영광을 얻게 된다.



               존 F. 케네디, 필력이 탁월했던 대통령                               레오나르도 다빈치, 일기는 곧 아이디어 노트


               존 F. 케네디는 늘 일기장을 지니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모나리자>를 그린 이탈리아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
               그는 그때그때 자기 생각이나 새로운 아이디어, 여행하거                       치는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일기를 썼다. 다빈치는
               나 책을 읽으며 생긴 의문점, 또는 흥미롭거나 중요하거나                      왼손잡이였는데, 자신의 아이디어를 ‘남이 훔쳐 갈까’ 걱정
               가슴 아픈 사연 등 많은 것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나머지 글씨뿐 아니라 글의 방향까지 반대로 적었다. 그
               그는 27세 때 허스트 신문의 기자로 재직하면서 세계 2차                     의 스케치 속 메모는 모두 거울에 비춰봐야 제대로 읽을 수

               대전 당시 종전으로 폐허가 된 유럽을 직접 취재하고, 전쟁                     있다. 다빈치는 일기를 쓰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글과 함
               의 어두운 뒷모습을 기사로 기록했는데, 이후 이 일을 계기                     께 그림으로 기록했다. 이렇게 기록한 메모는 현존하는 것만
               로 정계 진출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30세에 상원의원에 당                     5천여 매에 달한다.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는 그의 일기를

               선한 것을 시작으로 43세에 미국 최연소 대통령이 되는 기                     살펴보면 수학, 물리, 천문, 식물, 해부, 지리, 토목, 기계 등
               록을 세웠다. 그의 필력은 상당해서 상원의원 때 쓴 『용기                     여러 방면에서 활발히 연구한 흔적이 남아 있다.
               있는 사람들』은 뒤에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카를 구스타프 융, 내면을 파악하기 위해                               리처드 브랜슨, 100권이 넘는 일기를 쓰다


               카를 구스타프 융은 지크문트 프로이트와 동시대를 살았                        리처드 브랜슨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 마케팅으로 많은 CEO
               던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열증(조현병)’이라는 용어                      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영국의 버진 애틀랜틱 항공을
               를 고안한 스위스의 정신의학자다. 그는 일기를 통해 자신                      비롯한 350개 회사로 구성된 버진 그룹의 회장이다. ‘말하

               의 내면을 파악하고 싶어 했다. 그가 쓴 『레드북』은 자신이                    는 것보다 더 들으라’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어디를 가든
               경험한 심리 세계를 문학 형태로 담아내고 그림까지 곁들여                      항상 펜과 공책을 갖고 다니며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
               이해를 도운 일기 형태로 적어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것이                     고 떠오른 생각을 메모했다. 학창 시절 난독증 탓에 고등학
               특징이다. 융이 1913년부터 직접 손으로 쓰고 삽화까지 그                    교를 중퇴한 문제아였지만, 18세 때 잡지 「스튜던트」를 만
               린 유작으로 자신의 무의식 세계의 핵심까지 들어가려는 노                      들어 돈을 벌었고, 자신이 타고 가려던 비행기가 결항하자

               력이 담겨 있다. 융은 이 책을 쓰는 16년 동안 원형, 집단무                  전세기를 빌려 사람들에게 항공권을 판매하다가 버진 항공
               의식, 개성화 이론 등을 개발했다. 이후에 나온 이론은 모두                    사를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우주 여행사 ‘버진 갤럭
               이 책에서 비롯했다고 여길 정도로 융이 연구하던 모든 것                      틱’을 세우고 우주여행을 추진 중이다. 그의 이런 도전 정신

               이 반영되어 있다.                                           은 일기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그의 계획과 포부는 100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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