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인하대학교병원_ON2023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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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밥벌이로 글을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건, 글 쓰는 행위에 염증이 나거나
싫어질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한 채 새하얀 한글
파일을 무수한 단어와 문장으로 채우는 내 모습은 대견하고 기특하기까지 하다. 폭풍 ON 2023 Summer
원고 마감을 한 뒤에는 후련함과 통쾌함, 짜릿함 등을 느끼며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한다. 이 느낌이 좋아 ‘계속 글을 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쓰기 중독’이라는 말까지 붙이는 건 거창하지만 켜켜이 쌓인 세월이
‘글쓰기’를 곧 나의 일부로 만든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동안 문득 ‘나는 구원받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알게 모르게
속에 있는 것을 꺼내놓으면서 후련해지고 가벼워지는 것이다. 설령 그게 무거운
근심이나 진지한 걱정덩어리가 아니어도 그것들이 빠져나감으로써 나는 더 좋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이전보다 더 잘 사는 건 아닐까.
- 잘랄 앗 딘 알 루미,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하늘아래)
누구나 간절하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고,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말할 상대가 없고, 용기가 나지 않을 뿐. 겉으로 말을 쏟아내지 않아도 속은 누구나
수다쟁이다. 우리는 생각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말이 되지 않을 뿐, 할 말은
우주만큼이나 방대하고 많다. 발설은 강력한 치유의 힘을 가졌다. 심리학자면서 글쓰기
치료 연구자인 제임스 페니베이커 박사는 그의 저서 『글쓰기 치료』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라우마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히 여러 가지 면에서 좋지 않은 영향이 있다.
그러나 심리적 외상을 경험한 후 그것을 비밀로 간직한 사람들은 훨씬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인생이 녹록지 않다는 것쯤은 모두 알아챘을 것이다. 글쓰기를 통해서 속에 담아둔
감정이나 트라우마, 또는 인생의 고단함을 바깥으로 빼내면 좋겠다. 말할 대상은 신중히
찾아야 하지만 글쓰기는 그런 수고와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언제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쓸 수 있다. 우리에게는 작은 수첩과 볼펜, 또는 휴대전화 메모장이 있다.
글을 쓴 김민정 작가는 나는 글쓰기는 재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림이나 운동, 음악 등의 영역과는
여성지 <여성조선>을
다르다는 말이다. 누구든지 쓸 수 있고, 여기에 노력을 더하면 잘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시작으로 <레이디경향>
글이다. 혹시 지금 인생 앞에서 더듬거리고, 세상 속에서 길을 잃었다면 글쓰기를 통해
기자로 일했으며, 건강 리빙
잡지 <월간 헬스조선> ‘9회말 2아웃의 홈런’ 같은 짜릿한 후련함을 맛보기를 권한다. 단지 오래 글을 써온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다수
사람일 뿐이지만 글쓰기가 주는 내면 치유 효과는 확실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때로 그
매체에 건강, 환경, 인터뷰
등을 기고한다. 느낌은 황홀하기까지 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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