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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 씨에게는 말 못 할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대변을 볼 때 피가 계속 나오고, 웬 살덩어리가 항문에 보이는 것인데요. 앉아있는 생활이 대부분인 직장인에게 흔한 질병이 치질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왠지 모를 부끄러움에 누구에게도 함부로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배변 후 출혈이 생각보다 너무 심해서 결국 A 씨는 항문외과를 찾았는데요. A 씨는 치핵을 진단받고, 치핵 수술을 통해 호전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식습관에 힘쓰며 건강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매우 흔한 국민질환, 치핵
흔히 치질로 알려진 병, 치핵. 한자어로 ‘치(痔)’는 ‘항문의 질병’을 뜻하고, ‘핵(核)’은 ‘덩어리’를 뜻하는 말로서, 치핵은 '항문이나 직장 하부의 정맥층이 커지고 늘어나 덩어리를 형성한 상태'를 말합니다.
‘국민질환’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흔하디흔한 질환이지만, 정작 ‘내 주변에서는 한 명도 못 봤어요’라고 말씀하실 분들 많으실 텐데요. 부위가 부위인 만큼 ‘아무도 병력 사실을 밝히지 않아서’일 경우가 큽니다. 하지만 부끄러움과 별개로 적극적으로 진료 받고 관리해야 하는 질병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아울러, 아직도 많은 분이 치질과 치핵의 개념을 혼동하는데요. ‘치질’이란 항문에 발생한 질병을 폭넓게 이르는 말이고, ‘치핵’ 외에도 항문의 점막이 찢어진 ‘치열’, 항문의 염증으로 인해 누공이 발생한 ‘치루’ 등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겨울이면 더 심해지는 말 못 할 고통

치핵은 불규칙한 식습관, 올바르지 못한 배변습관에 의해 주로 발병합니다. 물 섭취 부족, 식이섬유 섭취 부족, 식사량 부족 등으로 인해 과도하게 딱딱해진 변은 물론, 잦은 배변이나 변비, 과도하게 힘주어 변을 보는 습관, 변기에 앉아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는 습관 등으로 인해 증가한 복압 등이 항문관 내 점막하 조직을 자극·압박하면 울혈(장기나 조직에 피가 모인 상태)이 생성됩니다. 이로 인해 항문 주위 조직이 변성되면, 항문의 탄력도가 감소하고, 항문관 주변에 덩어리가 형성되게 됩니다.
이후 변을 볼 때마다 이러한 덩어리에 자극과 압박, 상처가 가해지면 항문 주변 가려움증, 항문의 불편감과 통증, 배변 후 화장지나 변기, 대변 등에 피가 비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를 방치하면 이 덩어리는 점점 더 커지고 밑으로 내려오면서 항문 밖으로 빠지는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요.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치질’의 증상이며 정확한 명칭은 치핵이라고 합니다. 임신과 출산 등도 복압을 상승시켜 치핵의 악화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항문 안쪽에 있는 치핵을 내치핵, 항문 바깥쪽에서 생겨 불쑥 튀어나온 치핵을 외치핵이라고 부르는데, 치핵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닙니다. 하지만 방치할수록 통증과 출혈이 심해지는 등 증상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생활에 불편함과 통증을 유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상대적으로 겨울에 증상이 더 심해지는데, 기온이 떨어지면 추위에 노출된 항문의 모세혈관이 수축하여 혈전(피떡)이 생성되고, 것이 혈액 순환에 장애를 가져와서 증상이 악화되는 것입니다. 또, 치핵에 관해서는 수많은 편견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잘 씻지 않아서 생긴 병’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치핵은 항문 혈관의 질병이고, 개인위생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항문 외과를 찾아야 하는 이유

흔히 변을 볼 때 출혈을 동반하면 임의로 치핵이라고 판단하고, 좌욕하거나 약국에서 약을 사 먹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상 증세가 보이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고, 수술적, 비수술적 치료, 관리법 등을 듣고 조처를 해야 합니다.
상태가 심하지 않은 치핵은 하루 2~3회 정도의 온수 좌욕을 통해 불편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좌욕은 수술 후 환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관리 습관입니다. 좌욕기나 큰 대야에 따뜻한 물을 담아 1회당 5분 정도로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금물 등을 사용하는 민간요법이 있는데 일반 온수로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변이 부드럽게 잘 나오도록 섬유질 섭취, 적당한 수분 섭취 등으로 변비를 예방하는 생활습관의 교정도 중요합니다. 자극적 음식이나 음주 습관은 항문에 매우 해롭습니다.
상태가 심각한 치핵은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한데, 항문 혈관을 묶어주고 주변의 결체조직을 절제하는 치핵절제술을 일반적으로 사용합니다. 최근에는 원형자동문합기를 이용한 치핵근치술을 시행하여 수술 후 합병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환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항문의 불편감이나 출혈등의 증상이 있다면,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 이후 생활습관을 교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