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위치 알려주기

[의학칼럼] 이명, 일상과 정신을 무너뜨리는 소리

2024.10.18


 이명은 외부 자극 없이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으로, 점차 그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바람 소리, 윙윙거리는 소리, 금속성 소리 등 환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 자체는 보이지 않지만 환자에게 심리적·신체적 고통을 가져온다. 특히 소음 노출, 스트레스, 노화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현대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이비인후과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7% 정도가 이명으로 불편함을 겪고 있고 이 중 5% 정도는 병원을 찾을 정도로 심한 이명증을 앓고 있으며 1% 정도는 이명증이 너무 심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명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달팽이관의 손상이다. 청각 세포의 손상이 발생할 때, 정상적인 청각 신호 전달이 왜곡되고, 그로 인해 뇌가 잘못된 신호를 해석하여 이명이 발생한다. 소음성 손상이나 약물로 인한 청각 손상도 원인으로 꼽히며, 일부는 청각 신경의 과도한 활동이나 뇌의 신경 회로 불균형이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에서는 뇌가 손상된 청각 신호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신경 활동이 이명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이 밖에도 고혈압, 당뇨병, 갑상선 기능 이상과 같은 전신 질환도 이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원인이 얽혀 있어 이명의 발병 기전은 매우 복잡하며, 이에 따라 치료법도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명은 단순한 청각 문제가 아니다. 이명 환자들은 심각한 수면 장애를 겪으며, 이는 만성적인 피로와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이명이 조용한 환경에서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한다. 수면 부족은 곧 집중력 저하로 이어져 직장과 학교 생활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게 만든다.
이명은 또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며, 불안 장애와 우울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명으로 인해 소음에 민감해지면서 대인관계가 어려워지고, 결국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런 심리적·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이명 환자들은 일상적인 생활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명은 완치가 어렵지만,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 최신 치료 동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주로 사용된다.
  1. 약물 치료: 불안과 우울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해 항불안제와 항우울제가 처방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GABA 작용제나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이명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있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확립된 치료법은 아니다.
  2. 소리 치료(Sound Therapy): 환자가 느끼는 이명의 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주파수 대역을 통해 들려주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환자가 뇌에서 이명을 덜 인식하도록 돕는다. 특히 맞춤형 소리 치료는 최근 각광받고 있으며, 조용한 환경에서 효과가 크다.
  3. 인지 행동 치료(CBT): 이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 이로 인한 불안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이 치료법은 이명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이명에 대한 감정을 조절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4. 보청기: 난청을 동반한 이명 환자에게는 외부 소리를 증폭시키는 보청기가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이는 특히 소음성 난청을 가진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다.
  5. 신경 조절 장치: 최근에는 뇌의 신경 회로를 직접 조절하는 장치를 통한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청각 중추의 비정상적인 활동을 조절해 이명을 완화하는 방식이며, 이는 미래의 치료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이명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고통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 부담을 외부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명 환자들을 위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직장 내에서의 배려는 물론, 환자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을 경감시킬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산업 현장에서의 소음 관리나, 소음 노출 직종에 대한 정기적인 청각 검진 등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에서도 이명 환자들을 위한 종합적인 치료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명은 단순한 청각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이를 포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명은 '들리지 않는 소리'로 인해 환자의 삶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증상이다. 완치가 어렵지만, 이를 적절히 관리하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동반되어야 환자들이 고통 속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환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사회에서 활발히 생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이비인후과 김규성 교수

 

원하시는 예약유형을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