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 속에는 여러 가지 신경 전달 물질이 있다. 그중 운동신경에 꼭 필요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소실되어 운동 기능에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이 바로 파킨슨병이다.
19세기 말, 이 질환을 처음 보고한 영국인 의사 제임스 파킨슨의 이름이 현재의 병명으로 유래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의하면 2020년 한 해 동안 파킨슨병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2016년에 비해 약 15.3% 증가했고 뇌졸중, 치매와 함께 3대 노인성 뇌질환으로 꼽는다.
파킨슨병은 50대 이전에 발병한 경우 유전적 요소와 관련성이 높으며 그밖에 환경적인 요인이나 독성물질이 원인인 경우도 일부 있으나 명확한 발병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퇴행성 질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킨슨병의 증상은 근육이 휴식 상태일 때 나타나는 떨림(안정시 떨림), 근육 긴장도 증가(뻣뻣함 또는 경직), 느린 자발적 운동(서동증) 및 균형 유지의 어려움(자세 불안정성)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질환이 점차 진행함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는 40% 이상에서 경도인지장애 혹은 치매를 동반하며 그 외에 수면 장애, 배뇨 문제, 변비, 기립성 저혈압, 피부염, 후각 상실, 삼킴곤란과 우울증을 포함한 환각 증상과 같은 정신과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두드러진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막연한 증상들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즉 계속되는 피곤함, 무력함, 팔다리의 불쾌감, 잦은 기분 변화와 걸음걸이나 자세가 변하고 얼굴이 무표정해지는 것을 먼저 느낄 수 있다. 그밖에 글씨를 쓸 때 글자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말하는 목소리가 작아지는 증상이 초기에 나타난다.
노화에 의한 단순 떨림 증상과 파킨슨병의 초기 떨림 증상의 큰 차이점은 ‘안정시 떨림’이다. 파킨슨병에서의 떨림은 손이나 다리를 움직이는 등의 자발적인 운동을 할 때에는 사라지는 것이 특징적이다. 예를 들면 식사하려고 숟가락을 들었을 때 손이 떨리는 것은 파킨슨병의 증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단일 검사 방법은 없다. 전문의의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가 가장 중요하며 PET 검사(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를 통해 도파민 신경세포의 감소를 확인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 MRI나 CT 등의 검사들은 대부분 보조적인 수단으로 파킨슨병 자체를 진단하기보다 파킨슨병과 혼동될 수 있는 다른 질환을 감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파킨슨병은 비록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조기 발견 시 약물치료와 근력운동, 재활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파킨슨병의 재활치료는 환자의 기능을 돕거나 유지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발병 초기 장기적인 치료 계획을 설정해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지속적인 치료를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약물복용으로 인해 약물에 대한 효과가 감소된 경우나 운동 합병증이 발생한 환자 중에는 뇌에 전극을 꽂아 전기 자극을 주어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표적인 수술적 치료법인 뇌심부 자극술을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도 있다.
파킨슨병이 아주 심해져도 파킨슨병 자체로 사망하지는 않고 파킨슨병의 증상으로 인한 내과적인 합병증인 폐렴, 욕창, 요로 감염 등이 발생하여 사망하게 된다. 약물치료 중 새로운 문제들이 발현 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의 용량이나 종류를 바꾸어 문제를 해결한다.
파킨슨병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균형 있는 영양섭취가 중요하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는 변비가 심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하루 6-8잔의 물과 섬유질이 많은 야채나 과일이 도움이 된다. 단백질이 많은 음식은 도파민 약물의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으며 오전 시간에는 피하고 저녁 시간에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파킨슨병 환자는 자주 넘어지기 쉬우므로 좁은 곳에서 종종걸음을 걷다가 넘어지지 않도록 살펴야 하며, 밤에는 걸려 넘어지기 쉬운 물건들이 주변에 없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약물의 용량 변화 시기에는 부상 위험성이 크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파킨슨병의 치료의 목표는 일상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정기적인 진료로 적절한 치료 방법을 환자와 의사가 같이 찾아나가는 것이 이 병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증상 치료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환자의 고통을 덜어 줄 확실한 완치 치료법이 속히 개발되기를 기대해 본다.
인하대병원 신경과 김서연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