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인하대병원 ON 2023 봄호_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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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를 뜻하는 <초속 5센티미
                                                            그 강렬했던 기억        터>는 영화 <너의 이름은>으로 이름을 알린 신
                                                           <초속 5센티미터>        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이다.                               ON  2023  Spring

                                                                             부모님의 전근에 따라 자주 전학하며 마음 둘
                                                                             친구를 사귀지 못한 타카키와 아카리. 도쿄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둘은 서로 닮았다는 사실
                                                                             을 깨달으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카리의 전학으로 둘은 초등학교 졸

                                                                             업과 동시에 떨어져 지내게 되고 이후 서로 편
                                                                             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이어 나간다. 그렇게
                                                                             지내기를 몇 개월. 중학교 1학년이 된 타카키는

                                                                             아카리를 만나러 가기로 결심한다. 쏟아지는 눈
               어폰을 한 쪽씩 나눠 끼고 전람회의 ‘기억의 습                                    발 때문에 기차가 지연되면서 약속 시간에 아주
               작’을 듣는 순간을 공유하게 된 것. 만나는 횟수                                   많이 늦어버린 타카키. 하지만 떠나지 않고 기
               를 거듭할수록 서연에 대한 승민의 마음은 걷잡                                     다려준 아카리 덕분에 둘은 우여곡절을 뒤로 하
               을 수 없이 커지고, 승민은 서연에게 고백하기                                     고 짧은 만남을 갖는다. 늦은 밤, 두 사람의 발

               로 결심한다. 그러나 서연을 기다리던 승민은                                      자국만이 찍힌 새하얀 설원에서 둘만의 특별한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격한 후 오해를 하게 되                                     추억을 남기고, 다시 이별하는 둘. 각자의 자리
               고, 마음과는 다른 모진 소리를 하며 그녀에게                                     에서 살아가지만 마음 한구석이 채워지지 않은

               서 멀어진다. 이후 서른다섯의 건축가가 된 승                                     채로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된
               민 앞에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서연. 그녀는 자                                  다. 그 와중에도 둘은 첫사랑을 잊지 않았다. 벚
               신의 집을 설계해달라고 부탁한다. 승민은 스무                                     꽃이 휘날릴 때마다 타카키와 아카리는 서로를
               살 때 서연의 집을 지어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생각하고, 그렇게 하루를 살아왔던 것.
               지키기 위해 그 제안을 수락하고, 함께 집을 완                                    한 사람에게 처음이란 기억이 어떻게 각인되는

               성해가는 동안 예전 기억을 떠올리며 아련한 추                                     지를 섬세하게 표현해낸 애니메이션으로 영화
               억에 빠진다.                                                       가 끝난 후 남는 여운조차 작품 일부처럼 느껴
               이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두근대는 첫사랑의                                     진다. 초속 5센티미터로 떨어지는 꽃잎은 우리

               기억을 되살리는 힘을 지녔다. 영화 속에서든                                      가 첫사랑을 떠올릴 때마다 지나치는 추억의 속
               현실에서든 첫사랑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지                                       도와 같은 것이 아닐지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다.
               만, 그때 그 순수했던 마음은 진심이었기에 우
               리의 추억이 더욱 빛나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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